제932장
조동현은 남에게는 보이지 않는 실에 감긴 채로 앉아 있었다. 그의 몸에 걸린 5대 왕조 엽전이 소리를 냈고 조동현은 마치 모든 이성을 잃은 듯 두 눈이 검은 안개에 완전히 집어삼켜졌다.
진희원을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그의 생각을 막지 않았다.
그는 조은예의 노트를 그에게 건넸다.
“은예는 똑똑한 아이였어요. 생물이랑 화학을 분명 잘했을 거예요.”
진희원은 웃으며 말했다.
“어릴 때 아저씨가 자기를 데리고 같이 게임을 한 적이 있대요. 글자를 특이한 방법으로 종이에 쓰면 오직 아저씨만이 볼 수 있다고 했어요.”
조동현은 그 말을 듣더니 갑자기 시선을 들었다.
그는 진희원의 또 다른 신분을 떠올렸고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진희원 씨, 은예가 보이는 거 맞죠?”
그 말을 들은 이웃들은 조동현이 고열을 앓아서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직 오정윤만이 남편의 말을 믿었다.
그녀는 진씨 일가의 일곱째인 진희원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희원은 몸을 살짝 비틀어 이웃들을 등지고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녀는 허리를 숙인 뒤 오정윤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데려왔어요. 지금 아주머니와 아저씨 곁에 있어요.”
착각일까, 갑자기 방 안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다른 사람들은 추워했지만 조동현과 오정윤은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조동현의 몸에 걸려 있던 5대 왕조 엽전이 잠잠해졌다. 그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그 바람에 더욱 가까워지려고 했다.
진희원은 시선을 그쪽에서 거두었다. 상대에게 뭔가 허락을 구했는지 그녀는 네티즌들이 작성한 댓글을 조동현 부부에게 보여주었다.
“은예 학생은 두 분이 이걸 보길 바라요.”
조동현이 그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 일은 끝나지 않았다.
죄를 지은 사람들은 잡혔지만 영향은 아직 남아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조은예를 위해 정의를 실현하자고 했다.
그들은 모두 조은예의 편에 섰다.
조은예가 자살한 건 멘탈이 약해서라고 했던 학교 게시물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조은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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