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침 하나로 사람을 구하다!
첫 번째 침이 들어가자 남자아이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고 몸부림을 친다는 건 의식이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아이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다.
그러자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깨어나려나 봐요!”
장남준은 순간 멍해졌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이럴 수가…”
침 한 방으로 의식을 회복해? 장남준은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진희원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렸고 눈동자는 맑고 차분했다.
두 번째 침이 십선 부위를 찌르자 피가 나면서 남자아이가 번쩍 눈을 떴다. 아이의 두 눈은 까맣고 맑았으며 속눈썹은 아주 길었다.
아이는 그렇게 조용히 진희원을 바라봤고 얼굴은 창백했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주머니는 믿기지 않는 듯 말했다.
“아가씨, 그냥 대충 두 번 찌른 것뿐인데 다 나은 거예요?”
진희원은 살짝 침 자리를 눌렀고 피가 거의 다 나온 것 같자 알콜솜으로 소독하고 지혈했다.
“아주머니, 대충 두 번 찌른 게 아니라 십선 혈 자리와 손가락 끝을 찌른 거예요.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거든요. 이 아이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열병에 걸린 건데 침술로 고열을 치료할 수 있어요.”
“진짜처럼 얘기하네요.”
그때 장남준이 비웃으며 말했다.
“이 아이 아까부터 말이 없었는데 당신의 침을 맞고 후유증이 생긴 것 같네요!”
그의 말에 아주머니는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아이도 깨어났는데 후유증은 무슨 후유증이에요? 학생, 설마 사과하기 싫어서 그래요?”
“그게 아주머니랑 뭔 상관이죠?”
장남준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아, 이제 알겠네요. 당신들 한 패죠? 한 사람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다른 사람은 사기 치고. 이거 집단 사기예요. 역시 당신들 같은 한의사들은 좋은 사람이 하나도 없을 줄 알았어요.”
그의 말에 진희원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손을 들려는 찰나 남자아이가 입을 열었고 허약한 모습이었다.
“한의학은 우리나라의 전통 의학이에요. 아저씨는 배움이 부족한 것 같으니 공부를 좀 더 해야겠어요.”
“너…”
장남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방금까지 남자아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렇게 입을 열고 그의 말에 대꾸하는 건 그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일이었다.
아이의 말에 아주머니는 쓰러질 듯 웃으며 말했다.
“서울대 학생, 공부를 좀 더 해야겠어요.”
“역시 당신들 같은 밑바닥 사람들과는 말이 안 통하네요.”
장남준은 시큰둥한 얼굴로 오만방자한 말을 내뱉었다.
“가난뱅이들.”
슉!
진희원 손에 있던 은침이 날아가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 그대로 옆에 있던 회화나무에 꽂혔다.
깜짝 놀란 장남준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고 심지어는 두 다리마저 약간 떨렸다.
그러나 진희원은 웃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잊은 게 있지 않나요?”
어린 여자애지만 그녀가 내뿜는 악한 기운은 심장이 떨릴 정도로 소름 끼쳤다.
그녀의 말에 장남준은 억지로 버티며 말했다.
“뭘 잊었다는 거예요?”
“사과하셔야죠.”
말을 하며 가볍게 휴대폰을 두 번 두드리는 진희원의 모습은 악마 같았지만 아름다웠다. 그러나 장남준은 인정하지 않고 우쭐거리며 말했다.
“진단이 틀릴 수도 있는 법이죠. 당신 같은 어설픈 한의사랑 분쟁할 시간은 없는 것 같네요.”
그의 말에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었던 아주머니가 나섰다.
“그게 다예요? 최지윤 선생님의 제자라면서 이 아가씨한테 져놓고도 사과를 안 해요? 의사로서의 품성이…”
“제 품성이 뭐요?”
장남준은 뻔뻔스럽게 대들었다.
“방금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증언할 수 있는 사람 있어요? 당신들은 평생 돈을 벌어도 최지윤 선생님에게 진찰받을 수 없어요. 내가 여기서 당신들에게 진찰을 해주는 건 당신들에게 행운이라고요. 단명할 사람들인 주제에 제멋대로 지껄이다니, 여기가 어디 근처인지 알고 나대는 거예요? 저리 꺼져요.”
그의 말에 아주머니는 화가 나서 손을 벌벌 떨었다.
“아니, 이런!”
장남준은 코웃음을 쳤고 아무도 그를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는 얼굴이었다.
그는 법치 사회인 지금 이 사악한 한의사가 그에게 절대 손을 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