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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장 내가 말한 거야

주주들은 망설이기 시작했고, 협력업체들도 의논하고 있었다. 경이란이 강력하게 진희원을 감쌌다. “다영이 이럴 애가 아니에요. 여기 무슨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요.” “그럼 오삼식이 말한 거는요? 영상에 다 찍혔잖아요!” 여은하가 또 한마디 외쳤다. 원래 여은하를 끌고 가려던 한소은도 막지 않았다. 경이란의 딸인 진희원을 망신시키는 것은 한소은도 바라던 것이었다. 일순간에 모든 압력이 진씨 가문 쪽으로 몰렸다. “오삼식,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진씨 가문 아가씨가 윤성훈 도련님이 또 약혼을 미룰까 봐 퍼뜨린 것일 수도 있어.” “윤씨 가문에서도 이 지방에서 올라온 이 아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 아니면 왜 오늘 참석하지 않았겠어.” “그러게. 오삼식은 진회장 말만 듣잖아. 진씨 가문에서도 말썽이 많은 아가씨를 찾아왔네.” “진 회장님까지 망신당하게 생겼어.” 주위의 수군거림을 들으며 여은하는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말씀 좀 해보세요, 오삼식이 한 말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설마 우리와 같은 외부인인가요?” 여은하가 한창 웃고 있는데 처아하고 나지막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저쪽에서 다가오는 한 남자에게 쏠렸다. 그 남자는 평소와 달리 순검정이 아닌 짙은 붉은색 양복을 입고 윗도리 주머니에 회중시계를 차고 있어 한층 냉백해진 얼굴과 어울려 마치 런던 19세기 귀족 같았다. 남자는 서성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다리가 길쭉하고 어깨가 넓고 허리가 좁아 귀공자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어디를 가도 타고난 센터이다. 손목에는 여전이 그 구슬을 차고 있었고, 입고 있는 양복은 조명 아래서 빛까지 번졌다. 여은하는 윤성훈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머릿속이 하얘지고 생각조차 멈추어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랐다. “성, 성훈 도련님.” 여은하의 얼굴은 빨개졌고 목소리는 들어보지 못한 수줍음이었다. 윤성훈은 어렴풋이 입술을 살짝 꼬이고 깊은 눈동자는 검게 그을려 있었으며 잘생긴 얼굴에는 차가운 냉기가 퍼졌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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