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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길거리에서 사람을 구하다

“보스는 역시 안목이 있으십니다! 그럼 지금 당장 윤씨 가문의 수금 계좌를 준비할게요!” 그러자 진희원은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 “급할 거 없어. 일단 한숨 자고 내일 얘기해.” 진희원의 취미는 돈을 버는 것 말고는 여러 가지 난치병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윤씨 가문의 이런 주문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윤씨 가문이 서울에 온 것을 정상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지금 서울의 모든 가문이 조급해했다. 특히 김씨 가문은 윤씨 가문의 초대장을 얻기 위해 이리저리 인맥을 찾아 헤맸다. 비즈니스 업계에까지 이번 달 서울이 유독 시끌벅적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경주의 갑부가 손녀를 찾고 있고 윤씨 가문이 진료를 받으러 왔다. 항간에는 전설의 의학 ‘전문가’가 서울에 나타나서 윤씨 가문이 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이 ‘전문가’라는 사람에 관해서는 소문이 너무 많았기에 그 진위를 가리기 힘들었다. 이번에 윤씨 가문에서 초대를 하면 ‘전문가’가 정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 다음 날, 자이 아파트. 진희원은 역시 늦잠을 잤다. 그녀도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더운 아침에 시원한 방과 폭신한 침대를 떠나는 게 싫었다. 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진희원은 세수를 한 다음 생얼로 가방을 챙겼다. 그녀는 아침에 차가 막힐까 봐 공용 자전거를 선택했다. “희원아, 외출하니?” “아… 네.” 진희원은 가는 길 내내 인사를 하느라 바빴고 양 할아버지가 준 꽈배기를 입에 문 채 천천히 이동했다. 그녀의 자전거는 머지않아 차들 속에 합류했다. 반 시간 후, 서울의 유명한 KS 호텔. 로비나 실외에 있는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고 요 며칠 동안 서울의 모든 고급 차가 이곳에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에 비해 자전거를 타고 온 진희원은 유독 눈에 거슬렸고 그녀가 도착하자마자 경비원이 다가와 막아섰다. “저리 가, 저리 가. 돈도 없는 학생이 왜 여기를 온 거야? 오늘 이곳은 출입 금지야.” 경비원의 말에 진희원은 한 다리로 자전거를 받친 채 그와 눈을 맞추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저는 사람을 구하러 왔는데요.” “네가? 사람을 구해?” 그녀의 말에 경비원은 껄껄 웃기 시작했다. “저기 아가씨, 어린 나이에 뻥이 심하네.” 진희원은 고민하다 휴대폰의 주문 페이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안에 있는 사람한테 전문가가 초대받고 왔다고 전해 주세요.” “전문가? 그럼 난 명의겠네!” 경비원은 귀찮은 듯 훑어보며 말했다. “초대장을 그렇게 많이 봤어도 휴대폰으로 보여주는 건 처음 보네…” 말을 하던 경비원은 고급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진희원에게 손을 흔들었다. “빨리 저리 가, 길 막지 말고.” 경비원은 이 말만 남기고 재빨리 고급 차의 문을 열며 말했다. “최 선생님, 아가씨, 오셨습니까. 얼른 차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경비원의 말에 고급 차 안의 사람은 그저 창문을 사이에 두고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경비원은 큰 이득을 본 사람처럼 기뻐했다. 고급 차가 지나가고 차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있던 소녀는 진희원을 알아본 듯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 망설이는 빛을 드러냈다. 그때 옆에 있던 노인이 물었다. “혜주야, 왜 그래?” 그러자 소녀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차 밖의 진희원은 담담한 눈빛으로 떠났고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한때 침 하나로 사람의 생과 사를 결정했던 그녀가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이런 대접을 받다니, 지위를 잃으니 약한 자의 조롱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진희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녀가 추구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은 치료할 수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오늘 진료는 그만둘 수밖에 없다. 진희원은 휴대폰을 꺼내 주문을 거절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찰나 갑자기 길가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큰일났어요. 사람이 쓰러졌어요!”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세상에, 어린애야!” “얼굴이 창백해졌어…” 웅성거리는 소리에 진희원은 망설임없이 자전거를 세워두고 성큼성큼 사람들 쪽으로 걸어갔다.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아이는 고작 서너 살밖에 안 돼 보였고 이마는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흰 가운을 입은 사람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젊은이, 의사 맞죠? 빨리 이 아이를 구해 주세요.” “안 돼요, 아주머니. 보호자가 없어서 제 마음대로 나설 수는 없어요.” 흰 가운을 입은 남자는 손을 흔들며 경멸의 눈빛으로 말했다. “그리고 저는 아무 환자나 보는 의사가 아니에요.” 그 모습을 본 진희원은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 차갑고 전문적인 말투로 말했다. “다들 비켜주세요. 환자는 열을 방출해야 하기 때문에 공기가 통해야 해요.” 그녀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잠시 동안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고 그녀가 웅크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남자아이의 목을 만지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다급히 물었다. “아가씨, 몇 살이에요? 살릴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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