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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진씨 가문에서 찾아오다

아무도 없는 것을 본 김성한은 더 이상 표정 관리를 하지 않으며 말했다. “오늘부터 우리는 널 키운 적이 없는 거야. 이제부터 각자 살자!” 그의 말에 진희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더 이상 이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도 귀찮았다. 그때 스쿠터를 타고 사람을 찾으러 나왔던 하주만이 그 모습을 보고는 화가 나서 스쿠터를 세우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저기요, 지금 진… 희원이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왜 이렇게 무례해요?” 진 선생님은 늘 겸손한 사람이었기에 아파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희원이라고 부르게 했다. 그런데 방금 하주만은 하마터면 말실수를 할 뻔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 김성한은 오해한 듯 하주만을 힐끗 보며 말했다. “네 친아버지야? 낡은 스쿠터를 타고 왔어?” 차 한 대 살 돈이 없어 진희원의 꼴이 이 모양인가 보다. 요즘 시대에서는 볼 수 없는 허름한 옛날 옷을 입다니,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은 역시 촌스러웠다. 김성한은 얕보는 게 분명했지만 하주만은 단번에 알아채지 못했다. 그더러 진 선생님의 친아버지냐는 말에 하주만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도 진 선생님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지만 그럴 자격이 없었다. 그의 아들이 진 선생님의 반만 따라가도 그는 꿈에서도 웃을 것이다! 김성한은 그가 무슨 반응을 보이든 신경 쓰지 않았고 코웃음을 친 후 몸을 돌려 경비원에게 눈짓했다. 그의 신분으로 일반 시민과 싸우는 건 위신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경비원은 허리를 굽혀 그에게 문을 열어줬고 김성한이 로비로 들어가자 고개를 돌려 진희원과 하주만을 가리키며 우쭐댔다. “보긴 뭘 봐? 아까 분명히 말했지, 여긴 그쪽이 올 곳이 아니라고. 그런데 대체 왜 주제도 모르고 쳐들어온 거야?” 경비원의 말에 하주만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났고 이내 명함을 보여줬다. 경비원이 글을 모른다고 해도 마크는 알아볼 수 있었기에 명함을 본 그는 바로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게… 윗분이 오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바로…” 하주만은 옆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KS 호텔은 중심 호텔이니 조사를 해야죠.” 그의 말에 경비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저는…” 하필이면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고개를 돌리더니 저 아가씨에게는 다정하게 대했다. “진 선생님,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러자 진희원은 담담하게 부탁한다는 손짓을 했다. 지, 진 선생님? 호칭을 들은 경비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높으신 분께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했고 방금 그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의 앞길을 막았다는 사실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런데 방금 이윤지가 왜 그들의 가난한 먼 친 척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큰일났다! 경비원은 일자리를 잃을 것 같은 생각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아까 행동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하주만은 호텔 지배인을 불러왔고 그의 두세 마디 말에 경비원을 데리고 가버렸다. 그리고 하주만은 진희원이 이곳에 온 것도 놀랍지 않았다. “진 선생님, 선생님도 윤씨 가문의 도련님을 진찰하러 온 거죠?” “원래는 그랬는데 이제는 아니에요.” 진희원의 말에 하주만은 이유를 묻지 않았고 그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돌아갈까요? 이제 곧 진료 시간이라 어르신들이 아파트 공원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날이 더워서 더위 먹을까 봐 무섭네요.” 그는 말을 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진 선생님, 저희 아파트에 청주시에서 선생님을 찾는다며 한 무리의 사람이 왔는데 선생님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제가 막았습니다.” 청주시는 김씨 가문이 그녀를 쫓아낼 때 언급한 적이 있었다. 진희원은 잠깐 고민하다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그런데 다음에 다시 오면 들여보내 주세요. 제 친부모님이 저를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시골에서 온 것이기에 아마 별일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진희원은 돈이 많았다. 그녀의 말에 하주만은 깜짝 놀라 물었다. “친부모님이요?” 한 무리의 키 크고 잘생긴 사람들이 노인 한 명을 에워싸고 왔었고 보기만 해도 신분이 심상치 않은 사람 같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진 선생님의 가족일 수도 있다니, 하주만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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