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2장
주변 상황들은 여자에게 항상 불공평했다.
사람들은 원래 욕심이 많았다.
위대한 어머니이길 바라면서 동시에 직장에서 능력 좋은 엘리트길 바란다.
그리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가정에만 충실하길 바란다.
본인은 후회하지 않더라도 주위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헌신해 봤자 결국에는 후회하게 될 거라고 한다.
그렇다. 결국 후회하게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래가 자신의 예상과는 다를 거라는 걸 알아도, 결국에는 전업주부가 되기를 선택한다.
그들이 과연 그 정도의 안정감을 느껴서, 평생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그런 선택을 하는 걸까? 당연히 아니다.
그들은 그저 기꺼이 그걸 선택했을 뿐이다.
물론 기꺼워하지 않은 이들은 그런 선택을 하고 나서 말한다.
“너 때문에 내가 이혼하지 않은 거야.”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만큼 말도 많았다.
이상하게 혼인의 성공과 실패는 여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었다.
아이러니하지만 현실적이었다.
포항 사람들은 경이란을 연애에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경이란이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마치 진택현의 말이면 무조건 따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경씨 일가도 그 영향을 받았다.
그런 사람들은 절대 경씨 일가에 진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사실은 경이란이 아프다는 걸 절대로 알리지 않았다.
아프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도 영혼을 잃어서 꼭두각시처럼 되는 건 더더욱 원치 않을 것이다.
그녀의 엄마는 성이 경씨였고 진씨 일가로 시집가서 진희원을 낳았다.
그래서 그런 일을 겪은 것이었다. 그중 한 요소라도 빠지면 안 됐다.
진희원이 조금 전 한 말은 경이란을 달래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배후에 숨어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깊은 함정을 파놓았는지를 차차 깨달았을 뿐이다.
노인이 한 말을 빌리자면 퇴로가 없었다가 갑자기 한 가닥의 희망이 생긴 셈이다.
진희원은 예전부터 자신의 희망이 할머니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호텔 지하에서 엄마가 잃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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