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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장 주권 선언

“전 형님이 아니에요. 전 여자예요.” 그 목소리는 나른하면서도 젊은이 같은 청아함이 묻어났다. 육해철은 어안이 벙벙했다. 성인은 맞을까? 당시 진희원은 나이가 아주 어렸고 그에게 자기는 문제 풀이를 하는 중이니 앞으로 투자는 그가 알아서 하면 된다고 했다. 어차피 이미 원금은 벌었다면서 말이다. 육해철은 모든 게 꿈처럼 느껴졌다. 문제 풀이, 숙제 같은 말들이 그의 형님, 아니 그의 보스 입에서 튀어나오다니. 육해철이 상상했던 성숙하고 믿음직스러우며 인생 경험이 풍부한 형님이 갑자기 어린 소녀가 되다니, 큰 충격이었다. 진희원이 육해철은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류정환 씨가 저한테 육해철 씨를 추천하더라고요. 조사해 보니까 확실히 좋은 인재였어요.” 육해철은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소녀는 그를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주식이라는 방식을 선택했을 리가 없었다. 당시 그는 오랜 세월 주식 시장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금융 천재는 처음이었다. 류정환의 말을 들어 보니 그녀가 도와준 사람은 육해철뿐만이 아니었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국영기업에서 퇴직한 이들에게도 그녀는 선택적으로 투자했다고 한다. “해철 씨, 절 봐요. 전 석탄 사업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시골 출신이죠. 그런데도 보스는 절 깔본 적이 없어요.” 육해철과 류정환은 같은 대학교 출신이었고 전공이 달랐다. 그는 류정환이 석탄 사업만 할 줄 아는 시골 출신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류정환에게는 장점이 너무 많았다. 그는 단 한 번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떼어먹은 적이 없고 위험한 일도 시키지 않았다. 돈을 벌게 되면 일단 고향에 기부부터 했다. 이번에도 그랬다. 육해철이 힘들다는 걸 알고 그를 도와주려고 했다. 육해철은 다른 대학 동기들도 만났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을 통해 그는 자신이 그들에게 돈을 빌리려고 할까 봐 두려워한다는 걸 알았다. 그를 떠받들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그러나 류정환은 달랐다. 육해철이 부유할 때도 이득을 볼까 싶어서 그와 가까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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