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9장 그 남자와 결혼하지 마
또래와 비교하면 그의 몸매는 전혀 망가지지 않았다. 정장의 색은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었고 노련하면서도 차분함이 느껴졌다. 사람을 바라볼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의 다리 위에는 노트북이 올려져 있었다. 일을 하는 중인 듯했다.
그의 짙은 이목구비 위로 빛이 내려앉으니 엄격하면서도 겸손해 보였다. 당시 미친 것 같은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경이란의 눈빛이 그에게 고정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보았을 때는 그녀의 결혼식장에서였다.
자유분방했던 남자는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 틈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취한 것 같기도, 평소와 다름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늘 그랬듯이 건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 들어. 그 남자랑 결혼하지 마. 날 좀 봐줘. 너만 동의한다면 지금 바로 널 데리고 이곳에서 도망칠게.”
그때 남자는 한국어가 유창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자라서 돌아와서도 특유의 억양이 계속 남아있었다.
친구들은 영국 신사 같다고 했다.
경이란 또한 의아했다. 그녀는 남자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그녀의 번호를 알고, 또 그런 농담을 한 걸까?
게다가 그는 신랑 측 지인으로 초대를 받고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이었다.
경이란은 당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남자가 술에 취해서 번호를 잘못 입력했을지도 모르니까.
전화를 잘못 건 게 아니더라도 그냥 농담일 거로 생각했으니까.
경이란은 아무에게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때의 그녀는 확실히 불안했었기 때문이다.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남자를 잠깐 바라보았다. 그는 파티에서 주사위를 굴리고 있었고, 그의 주위로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경이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전화를 잘못 걸었을 것이다. 그녀의 이름을 얘기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통화는 경이란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남자를 보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최대한 피하려고 하자마자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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