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은 강서윤은 침착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이안이 데리고 돌아가요. 나 어제 늦게 자서 오늘 좀 더 자야 할 것 같아요.”
말을 마친 뒤 방으로 걸어가려던 강서윤은 전이안 옆을 지날 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녀석을 달랬다.
“이안아, 아줌마가 너무 피곤해서 좀 자야 할 것 같아. 그러니 조용히 돌아가 줄래?”
“네! 엄마 말 잘 들을게요!”
전이안이 놀랍게도 순순히 동의하더니 접시를 들고 부엌으로 가며 말했다.
“엄마! 편히 주무세요. 이안이와 아빠가 설거지 다 하고 갈게요. 절대 방해 안 할게요!”
전이안이 이렇게 순종적일 줄 몰랐던 강서윤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전도현도 약간 의아해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강서윤에게 말했다.
“쉬어. 우리가 다 치우고 갈게.”
말하면서 부엌으로 들어가 전이안과 함께 설거지를 했다.
키가 큰 남자와 작은 아이의 모습을 본 강서윤은 순간 부엌에서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감정은 꽤 오랫동안, 5년 전부터 느끼지 못했다.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 강서윤은 머릿속에 5년 전의 기억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5년 전, 정시후는 깜짝 선물을 주겠다며 강서윤을 운스 클럽에 초대했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 강서진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강서진과 한 잔 마신 후 강서윤은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주한 호텔에 누워있었고 옆에는 정시후가 누워있었다.
그때 술에 취해 정시후와 첫 경험을 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강서진에게 속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강서윤은 최대한 이 일을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요즘 들어 그 남자에 대한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정시후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고 남자들에게 이토록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강제로 다른 사람의 몸을 탐하는 남자는 절대 좋은 남자가 아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살며시 들리자 강서윤은 생각을 정리하고 남두식에게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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