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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강서진은 주먹을 꽉 쥔 채 매니저 송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5분 안에 내 이메일에 익명으로 메일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서 치명적인 약점을 잡아.” 사람이라면 약점이 있기 마련이니 역으로 협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절대 남한테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5분 후 송가인이 전화 와서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서진 씨. 최고의 해커를 섭외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상대방의 IP 주소를 알아내지 못했어요.” “말도 안 돼. 내 팀이 최고가 아니었어? 어떻게 익명 IP 하나 알아내지 못해?” 강서진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세계적인 모델인 그녀는 최고의 인맥을 자랑했기에 웬만해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송가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해킹 기술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아주 뛰어나요. 우리 팀에서 1위인 해커조차 IP를 알아내지 못했어요. 서진 씨, 아무래도 그 사람의 입을 막을 방법을 생각하는 게 낫겠어요. 이 일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서진 씨 명예와 앞날 모두 끝장이에요.” 강서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침대에 주저앉았다. 송가인은 그녀의 매니저이자 비서였고 최고의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마저 안 된다고 하면 정말 방법이 없었다. ‘어떡하면 되지? 기자회견을 열어 강서윤한테 사과해야 하나? 그럼 이 해커한테 폭로 당하는 거랑 다를 바 없는데. 아니면 이 변태 해커한테 사진을 보내줘? 내 은밀한 사진을 어떻게 이런 역겨운 남자한테 보내? 유출되기라도 하면 난 끝장이야.’ 그때 메일이 또 도착했다. [3분 남았어.] 그리고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인스타그램 게시물 작성 화면이 띄워져 있었고 제목도 적혀 있었다. [세계 1위 모델 강서진, 여동생을 살해하려 하다!] 강서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마우스를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소식이 퍼지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건 물론이고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잠깐만. 올리지 마. 지금 바로 사진 보낼게. 지금 바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 역겹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변태 해커가 그녀를 탐내거나 광팬이어서 사진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진이 유출되더라도 다른 사람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해도 되고 다른 방법으로 이미지를 세탁할 수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사진 덕분에 수많은 남성 팬을 확보할 수도 있었다. 이런 결과라면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나았다. 강서진은 입술을 깨물고 욕실에서 수위 높은 사진을 찍었다. 산월 별장. 강서윤은 다리를 꼬고 컴퓨터 앞에 앉아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메일이 도착했다. 강서진이 샤워기 아래에서 비키니를 입고 물에 흠뻑 젖은 채 서 있는 사진이었다. 강서윤이 싸늘하게 웃었다. ‘미끼를 물었어.’ 이건 강서진의 선택이고 스스로 보낸 것이라 그녀를 탓할 수 없었다. 그때 서재 문이 끽하고 열리더니 검은색 캐주얼룩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강서윤을 보며 말했다. “서윤 씨가 능력이 있는 건 알겠는데 이번에 귀국한 목적을 잊지 말아요.” “물론이지. 지금 진행 중이잖아.” 그녀는 와인 한 모금을 마신 다음 사진을 저장했다. 남자는 그녀의 컴퓨터 화면을 힐끗 보고 한마디 했다. “강서진과 싸우려면 이런 잔꾀로는 턱없이 부족해요. 서윤 씨가 충분한 명예를 얻어야만 강서진의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어요. 내일 모델 오디션에 참가하는 거 잊지 말아요.” 말을 마친 남자는 책상 위에 서류를 던져 놓고 돌아섰다. 강서윤이 서류를 확인해 보니 샹네르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모델 오디션에 관한 자료였다. 샹네르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의류, 향수, 가방 등 모든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샹네르 액세서리 하나라도 사면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모레 강성의 오션 게이트 꼭대기 층에서 제10회 주얼리쇼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내일에는 샹네르의 모델 중에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모델 한 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수 있다면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다. 강서윤은 명단을 훑어보았다. 세계 1위 모델인 강서진 외에 나머지 49명의 모델들도 전부 밀라노 패션 위크와 빅토리아 시크릿 쇼 등에 출연하는 유명 모델들이었다. ‘금방 귀국해서 아직 연예계의 신인이나 다름없는데 벌써 나한테 이렇게 어려운 미션을 주다니. 역시 배진우다워.’ 강서윤은 서류를 정리하고 컴퓨터 화면에 뜬 사진을 보면서 교활하게 웃었다. ‘내일 아주 재미있겠네. 강서진, 너 이제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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