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다음 날 저녁, 강인혁은 정시에 그녀의 집 아래에 도착했다.
유지민이 그의 메시지를 받은 건 마침 립스틱을 막 바르고 나서였다. 휴대전화 화면에 뜬 강인혁의 메시지를 보며 그녀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이렇게 빠르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유지민은 눈을 가늘게 감으며 모든 감정을 눌러 담았다.
차 문에 기대 서 있던 강인혁은 두 팔을 가볍게 교차한 채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다가오자 그의 눈빛이 잠시 반짝였다. 어렴풋이 스쳐 가는 감정이 있었으나 그는 금세 시선을 가라앉혔다.
그가 가만히 바라보는 시선이 오래도록 머무르자 유지민은 점점 불편해졌다. 무심코 치마 자락을 살짝 쥐어 올리며 어색한 듯 중얼거렸다.
“너무 과한가요? 치마가 좀...”
그녀의 조심스러운 태도가 강인혁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오늘 유지민은 검은색 미니드레스를 입었다. 허벅지를 아슬하게 덮는 길이, 가볍게 웨이브를 준 긴 흑발, 그리고 정성스럽게 완성한 메이크업. 과거 강시현 앞에서는 늘 양민하의 스타일을 따라 꾸몄던 그녀였기에 오랜만에 ‘본래의 자신’으로 단장한 지금, 어쩐지 낯설기만 했다.
강인혁의 눈빛이 깊어졌다.
“아니, 아주 잘 어울려.”
그의 말에 그녀는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바로 이어 그가 조용히 걸음을 옮겨 조수석 문을 열었다.
유지민은 순간 멈칫했다.
“...굳이 이럴 필요 없어요.”
그녀의 말에 강인혁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반문했다.
“네가 만나 온 남자들은 다들 신사답지 않았나 보지?”
짧은 한마디가 유지민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양민하가 돌아온 후, 강시현은 그녀를 향한 모든 배려를 거두어갔다. 양민하가 술을 못 마신다는 이유로 그녀를 대신 내세웠고 연회장에서는 마치 하찮은 존재처럼 홀로 남겨두었다.
유지민의 손끝이 살짝 움켜쥐어졌다.
“...아니에요. 얼른 타죠.”
차에 올라탄 순간, 강인혁은 뒷좌석에서 담요를 집어 들어 조용히 그녀의 허벅지 위에 덮어주었다.
유지민이 놀란 듯 그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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