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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고작 시험지 몇 장일 뿐이고 그렇게 중요한 비결 같은데 아니었기에 봐도 상관없었다. 하루 수업이 끝나고 거의 밤 자습이 되어서야 성신우의 영어와 이과 시험지가 돌고 돌아 그의 손에 돌아왔지만 수학 시험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성신우가 물어봐서야 수학 시험지가 하연수한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시험지 왜 가졌어?" 성신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하다가 일어서 하연수의 옆에 가서 시험지를 돌려달라고 했다. 조금 이따 집에 가서 원상화와 성건국한테 보여주어야 했다. 안 그러면 부부가 그가 3차 모의고사에서 350점을 맞았다는 걸 믿지 않을 것이었다. 하연수는 성신우의 시험지를 꺼내며 물었다. "성신우, 마지막 문제 말이야, 내가 네 답을 여러 번 봤는데 그래도 모르겠어. 너... 가르쳐줄 수 있어?" 그녀는 아주 절절하게 그를 쳐다보았는데 눈빛에는 기대와 희망이 가득했다. "그게-" 성신우는 잠깐 멈칫하다가 결국 거절했다. "내일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분명 강의할 거야. 그때 열심히 들어, 내가 이 문제 풀 줄은 알지만 어떻게 설명할지는 정말 몰라." "알겠어." 하연수는 낯빛이 어두워졌고 심지어 눈물이 고였다. 예전의 성신우였으면 절대 그녀를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지금은 문제도 알려주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정말 성신우한테 싫어하는 사람이 된 거야?' "이번에 시험 잘 본 거 축하해, 시험지 줄게." 하연수는 시험지를 성신우한테 건네고는 성신우한테 자신의 표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 얼른 머리를 돌렸다. 성신우는 자리로 돌아와 숨을 내뱉었다. 하연수의 모든 표정을 그는 아주 똑똑히 보았다. 하연수가 자신 때문에 억울해하고 힘들어하는 걸 상상도 못했었다. 예전의 그녀는 정말 아주 도도했었다. 성신우는 머리를 흔들었고 마음에는 생기지 말아야 할 파동이 생겼다. 18살의 성신우는 하연수를 좋아했다. 36살의 성신우는 왜인지 몰랐지만 좋아하는 건 그냥 좋아하는 것 같았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성신우의 두 영혼에 의견 차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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