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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정 교수님.” 지진욱이 찾아왔을 때 정지연은 막 수업을 마친 참이었다. 지진욱을 본 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하면서 이야기하시죠.” 그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하자는 건 A 대식당에서 간단하게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지진욱도 정 교수의 성질을 알고 있어 그녀의 말에 따라 간단하게 식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그녀가 적당히 식사를 마친 뒤에야 서류 가방에서 파일을 꺼냈다. “정 교수님. 대표님께서는 이미 사인하셨습니다. 말씀하신 조건 전부 동의하셨고요. 계약서입니다. 확인해 보시고 이견 없으시면 사인하시면 됩니다.” 지진욱이 건넨 것은 혼인신고서와 혼전 계약서였다. 정지연은 서류를 받아 확인했다. 혼인신고서는 평범한 신청서였고 그 위에는 이미 멋들어진 주민환의 이름이 사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혼전 계약서에는 조건 세 개가 적혀있었는데 각각, 첫째, 비밀 결혼. 둘째 서로 사생활은 터치하지 않기, 하지만 상대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됨. 셋째, 각자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기가 적혀 있었다. 대충 결혼 이후 서로 간섭하지 않으며 각자의 공간이 있다는 뜻이었다. 대충 확인한 정지연은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더니 빠르게 사인했다. “사모님, 그럼….” “정 교수라고 불러주세요.” 정지연은 마치 아주 평범한 일에 사인을 한 듯 담담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서류를 건넸다. 하지만, 방금 전 그녀가 사인을 함으로서, 그녀는 이미 주민환의 부인이 되어버렸다. 그 정체가 숨겨진 거물, 다른 사람들은 어떤 수를 쓰든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재계 거물, 주씨 가문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사모님이 되었다. 비록 이 결혼은 여사님이 주도해 성사시킨 것이라 주민환 본인은 딱히 내켜 하지 않았지만 이 결혼은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니 지금 그녀는 존귀한 주씨 가문 사모님이었다. 이 정지연 씨는, 젊은 나이에 일류 명문대인 A 대의 교수였다. 젊은 천재는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코스만을 밟으며 석박 과정을 연달아 이수하고 해외의 유명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한 데다 인물도 아름답기 그지없고 지적이며 학력까지 높아 수많은 재벌가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며느리 상이었다. 여사님도 아마 그 점을 눈여겨보신 듯 주민환에게 결혼 강요까지 불사했다. 심지어는 꾀병까지 부리는 바람에 주민환은 정말로 어쩔 수 없이 하는 수 없이 타협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민환은 눈앞의 이 정 교수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혼인신고마저도 귀찮아하는 데다 혼전 계약서까지 받을 리가 없었다. 이 정 교수도 아주 냉담한 것이 지금 보니 기뻐하는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 사모님의 자리는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바라던 자리인데! “정 교수님, 대표님께선 월아 센트에서 지내셔도 된다고 하셨고, 이건 카드키입니다. 그 외에 매달마다 계좌로 2억가량을 개인 용돈으로 이체해 드릴 겁니다. 그 외에, 대표님께선 부담 가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계약서 하나면 되는 일이라고….” 그 말은 아주 명확한 말이었다. 이건 장기적인 계약이니 자신의 주제를 알라는 뜻이란 걸 정지연은 제대로 알아들었다. 주위의 압박 때문이 아니었다면 그녀도 이런 사람을 골랐을 리가 없었다. 주민환은 외모로 보나 재력으로 보나, 확실히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상대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맞았다. 그녀도 속물이라 그동안 맞선도 여러 번 봤었다. 그 상대들도 집안 배경이 나쁘지 않았지만 당사자를 만나고 보니 별안간 그런 조건이나 배경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최우선을 고를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도와줘야 하는 상대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말이다. 정지연은 주민환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주민환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거물에게는 아주 사랑하던 여자 친구가 있는 데다 사적으로 스캔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왜 자신과 결혼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런 식의 계약 결혼은 현재의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고마워요. 주말에 이사할게요.” 정지연도 사양하지 않고 카드키를 받았다. …… 장성 그룹 빌딩, 88층 대표 사무실 안. 지진욱이 돌아왔을 때 주민환은 임원 영상 회의를 끝낸 참이었다. “대표님.” 지진욱이 공손하게 그를 불렀다. “사인했어?” 담담하게 묻는 주민환의 시선은 여전히 손에 들린 서류에로 향했다. 청순한 얼굴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네.” “다른 요구 조건은?” “정 교수님은 별다른 조건 없이 바로 사인하셨습니다. 월아 센트에는 주말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이건 두 분 혼인신고 서류입니다.” 지진욱은 공손하게 두 장의 서류를 건넸다. 서류를 받아 확인한 주민환은 열어서 확인한 뒤 그중 하나를 돌려주었다. “가져다주고, 이 뒤의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네, 대표님.” 지진욱의 모습이 사라지자 주민환도 옆에 있는 서랍을 열어 그 서류를 넣은 뒤 계속 일에 집중했다. 다른 사람의 신혼은 달콤하지만 이 부부는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두 사람은 여전히 각자의 본분을 지키고 있었다. 정지연은 오후에 수업으로 가득했고 주민환은 곧 담판을 하러 가야 해서 심지어는 얼굴도 보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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