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강서우는 실버라인으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에게 시켜서 물건을 올려보내고는 느긋하게 한 바퀴 산책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그림자가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다.
정장 차림의 남자는 한없이 지쳐 보였고, 힘없어 보이던 눈빛은 강서우를 보자마자 다시 반짝거렸다.
“서우야, 드디어 왔어? 저번에 이신 그룹에서는 내가 너무 흥분했어. 말 잘못해서 기분 나쁘게 해서 미안해. 특별히 사과하러 왔어. 너...”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서우는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도 복수했으니 나한테 빚진 거 아무것도 없어. 그냥 입 다물고 가.”
그녀는 박민재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몇 걸음도 가지 않았는데 박민재가 돌아서서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만나면 기분 안 좋은 거 알아. 그런데 진심으로 사과하러 온 것뿐이야. 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다시 친구로 시작해 보는 건 어때?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이야.”
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항상 예전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얼룩진 나무 그림자 아래 부드럽게 닿은 손이자 여름날의 매미 소리, 겨울날의 첫눈이었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일 뿐이다.
강서우의 마음은 과거로 인해 여전히 아팠지만 이성은 깨어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 박민재의 기대를 저버렸다.
“나를 실명시켜서 사과하러 온 것이 아니라 이신 그룹 프로젝트를 잃을까 두려워서 사과하러 온 거잖아.”
강서우는 박민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눈빛에서 탐욕스러움과 약간 굳어진 새끼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찔림이 너무나도 잘 보였다.
“너는 사과조차 이익을 목적으로 하니 남아있는 진심마저 더럽히지 마. 게다가 넌 나를 무시하잖아. 내가 이세빈의 비밀 애인이라고 하면서도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애타게 빌잖아. 며칠 안 본 사이에 얼굴이 더 두꺼워진 거야?”
한 마디 한 마디 박민재의 가슴을 콕콕 찌르고 있었다.
박민재는 얼굴이 창백해지긴 했지만 양심에 찔려서 아무런 비난도 못 했다.
가로등은 두 사람을 차갑게 비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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